소비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사회와 디스포저
필자(서울 시정연구원 연구실장 유기영)는 1996년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중앙역 주위를 청소하는 조직을 방문한 적이 있다. 때는 쓰레기종량제를 시행한 다음해로 조직 책임자에게 종량제 도입에 관해 자랑을 했고 상대편은 경외심을 보냈다. 그런데 한국 종량제의 시스템에 관한 경외심이 아니라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제도를 과감하게 도입하는 한국정부의 뚝심과 이에 순응하는 한국 국민에 관한 경외심이라는 것에 오히려 필자가 당황했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우리나라만큼 분리하여 배출할 품목수와 양이 많은 곳은 드물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폐기물관리체계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필자는 디스포저 문제를 디스포저 하나만이 아닌 우리나라 폐기물관리체계, 환경관리 틀 속에서 보고자 한다. 이렇게 시야를 넓히면 논의의 초점은 폐기물영역의 힘만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것인지 하수도분야의 도움도 일부 받을 것인지로 바뀐다.‘자원적인가’,‘반 자원적인가’라는 문제도‘차량으로 수집해서 자원화할 것인가’, 아니면‘하수관거를 이용해 수집해 자원화할 것인가’라는 방법의 다양화로 이동한다.
서울시민들은 음식물쓰레기의 취급에 하루 8분 정도를 소비한다. 디스포저의 사용은 이 시간을 3분 이내로 단축시켜 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편리성만 쫓아 무작정 사용하면 디스포저는 반환경적, 반자원적, 더 나아가 독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약이라 하여 모든 병에 듣는 것이 아니고 적절한 양과 쓰임새에 따라 독약도 약이 될 수 있기에 “용법”이 있는 것이다. 지금 환경부는 허용을 반대하는 측에서 독약으로 보는 디스포저에 대해 사용가능한 지역에 허가업자가 설치하는 것만 하수도요금을 추가로 물린다는 용법도 제시하고 있다.
그 다음에 남는 것은 국민, 즉 배출자의 선택이다. 디스포저를 원하면 구매비용과 하수도사용료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원하지 않는 배출자는 지금처럼 도시정부가 수거하도록 배출하면 된다. 우리 사회는 이미 그 정도 성숙했고, 정부도 국민에 대해 그 정도 믿음을 가질 때가 되었다고 본다.
<서울 시정연구원 연구실장 유기영>